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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

아침편지(20230108)

by 제네시스33 2023.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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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침편지입니다.

 

따스한 일요일 입니다.

행복한 시간 되세요.

l 아내의 만찬

 

오늘도 일자리에 대한 기대를 안고 새벽부터 인력 시장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상민이 경기 침체로 인해 공사장 일을 못한지 벌써 넉 달.

 

인력시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가랑비 속을 서성거리다. 쓴 기침 같은 절망을 안고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상민의 아내는 지난달부터 시내에 있는 큰 음식점으로 일을 다니며 상민이 대신 힘겹게 가게를 꾸러 나갑니다.

어린 자식들과 함께한 초라한 밥상에서 상민은 죄스러운 한 숨만 내뱉었고,

 

그런 자신이 싫어서 오늘도 거울을 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만 집에 남겨 두고 상민은 오후에 다시 집을 나섰습니다.

목이 긴 작업 신발 속에 발을 밀어 넣으면 빠져 나올 수 없는 어둠을 생각 합니다.

 

혹시라도 주인집 여자를 만날까 봐 발소리 조차 그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벌써 여러 달째 밀려 있는 집세를 생각하면 어느새 고개 숙인 난쟁이가 되어 버립니다.

 

저녁 즈음에 오랜 친구를 만나 일자리를 부탁했습니다. 친구는 일자리 대신 삼겹살에 소주를 샀습니다.

술에 취해, 고달픈 삶에 취해 산동네 언덕길을 오를 때 야윈 그의 얼굴 위로 떨어지는 무수한 별 빛들...

 

집 앞 골목을 들어서니 귀여운 딸 아이가 그에게로 달여와 안겼습니다.

"아빠, 엄마가 오늘 고기 사 왔어. 아빠 오면 먹는다고 아까부터 아빠 기다렸다 말이야."

 

일을 나갔던 아내는 늦은 시간부터 저녁 준비로 분주 했습니다.

"사장님이 애들 갖다 주라고 이렇게 고기를 싸 주셨어요. 그렇지 않아도 우리 준이가 며칠 전부터 고기 반찬 해달라고 했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집세도 못 내면서 고기 냄새 풍기면 주인 볼 낮이 없잖아." "저도 그게 마음에 걸려서 지금에야 저녁 준비를 한 거예요."

열한 시 넘었으니까 다들 주무시겠죠 뭐." 불고기 앞에서 아이들의 입은 꽃 잎이 되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내는 행복했습니다.

 

"천천히들 먹어, 잘 자리에 체할까 겁난다." "엄마, 내일 또 불고기 해줘, 알았지 ?"

"내일은 안 되고 엄마가 다음에 또 해줄게. 우리 준이가 고기 먹고 싶었구나 ?" "응."

 

아내는 어린 아들을 달래며 상민 쪽으로 고기 몇 점을 옮겨 놓았습니다.

"당신도 어서 드세요."

 

"응,

 

난 아까 친구 만나서 저녁 먹었어. 당신 배고프겠다. 어서 먹어."

상민은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고기 몇 점을 입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마당으로 나와 달빛이 내려 앉은 수돗가에 쪼구려 앉아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가엾는 아내...

 

아내가 가져온 고기는 음식점 주인이 준 게 아니었습니다.

 

숫기 없는 아내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쟁반의 고기를 비닐 봉지에 서둘러 담았을 것입니다.

아내가 구워준 고기 속에는 누군가 씹던 껌이 노랑 종이에 쌍인 채 섞여 있었습니다.

 

아내가 볼까 봐 상민은 얼른 그 것을 삼켜 버렸습니다.

아픈 마음을 꼭꼭 감추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착한 아내의 마음이 찢어질까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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