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내려는 마음은 늙지 않는다
20대보다 단단한 몸! 일본어·중국어·프랑스어·스페인어 고급 자격증 보유! 은퇴 후 전 세계 어학연수 중! 나이 70을 지나는 ‘몸짱 의사’ 김원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를 수식하는 표현들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게 그의 나이 50부터 새로 도전한 운동과 외국어 공부의 결실이라는 사실.
인생의 후반전을 맞아 자극이 필요하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도전한 몸 공부, 현실적인 이익과 전혀 관계없지만 낯선 언어를 배워보고 싶어서 시작한 외국어 공부, 머리와 몸을 부지런히 사용하며 깨달은 마음 공부까지.
한풀 꺾인 중년이 다시 피어나고, 인생의 번아웃을 겪는 후배들에게 놀라운 동기 부여가 되는 즐거운 도전에 함께해보자!
책 속으로
2023년 봄,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 나이로 50세가 되었는데 더 늙기 전에 영어 이외에 새로운 외국어를 하나 더 배워볼까?’ 업무에서나 일상생활에서 또 다른 외국어를 공부해야 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서울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라는 주위에서 인정받는 안정된 직장에서, 외국어는 영어 하나만 잘해도 모든 일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미래에 외국어와 연관된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순수하게 지적 호기심에 이끌렸다고 멋있게 수식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보다는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는 데 대한 아쉬움과 막연한 공허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옳다. p.17
‘무플보다 악플이 낫고, 지루한 인생보다 곡절 있는 삶이 오히려 더 견딜 만하다’라는 말이 있다. 종종 ‘도대체 살아가는 것이 재미가 없다’, ‘하루하루가 따분하고 의미가 없다’, ‘오늘은 또 어떻게 지내야 하나’ 같은 류의 한탄을 주위에서 듣게 된다. 물론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래도 이런 느낌은 나이가 드는 것과 정비례하기 십상하다.
외국어 공부에는 이런 일상생활의 나태함, 무료함을 일시에 제거해주는 본연의 역량이 있다. 공부를 시작하는 순간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긍정적 전율을 느낄 것이며, 지속하는 동안에는 매일매일 즐거운 긴장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자신의 발전을 볼 때는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생의 활력을 체험하게 된다.
누가 아는가! 50대에 시작한 외국어 공부 하나가 백 년 인생의 나머지 후반기를 지루하지 않고 생기 넘치게 만드는 더없이 소중한 동반자가 되어줄지. p.81
“김 교수! 도대체 바쁜 사람이 그 나이에 이런 몸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뭡니까?” 내가 웃으면서 “특별히 비결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자 다시 되묻는 말이 걸작이었다. “음, 그러면 특별한 비결 없이도 그런 몸을 갖게 된 비결은 과연 무엇입니까?” 이처럼 많은 사람이 비결에 목말라하고 있다.
비법 또는 비결이란 말은 사전적 의미로는 ‘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은 자기만의 뛰어난 방법’을 뜻한다. 요즈음과 같은 첨예화된 경쟁사회에서 만일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자기만의 숨겨진 특별한 무기가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유리할 것인지는 불문가지의 사실일 것이다.
이 때문에 어떤 분야에서건 일정한 성과를 얻어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 ‘비법’이란 그 실체의 존재 유무와 관계없이 들을수록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단어다. p.127
그렇다면 과연 사람이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그렇게 부정적인 의미이기만 할까? 앞으로의 사회는 지금보다 더 어떻게 해서든 한 살이라도 젊어 보인다는 것에 계속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게 될까?
물론 이런 철학적인 질문에 그 누구든 한두 마디로 명쾌하게 답변을 정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정답이라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듯 작용이 있으면 언젠가 반작용도 있을지 모른다. p.210
저자_ 김원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국내 심혈관 분야 권위자로 흉부외과 교과서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을 집필했다. 의사로서의 커리어 외에도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그는 나이 50에 ‘더 늦게 전에 외국어를 하나 더 배워두면 보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차례로 공부했고, 4개 외국어능력시험 고급 과정에 모두 합격했다.
59세가 되던 2012년에는 바디프로필 사진집을 출간하여 ‘몸짱 의사’로 또 한 번 큰 화제를 낳았다. 이 역시 오랫동안 계속해온 운동에 자극이 필요하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은퇴 후 지금은 열심히 배워온 외국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페루, 프랑스, 일본, 대만에 이르는 4년간의 어학연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작으로 <20대가 부러워하는 중년의 몸만들기>, <파란만장 중년의 4개 외국어 도전기> 등이 있다.
이 책에는 50대가 되어 새로 시작한 몸 공부와 외국어 공부, 그리고 20년째 도전을 이어가는 동안 깨달은 마음 공부를 담았다. <해내려는 마음은 늙지 않는다>가 백세인생의 한가운데를 지나며 고민 많은 중년과, 무기력한 일상으로 지쳐 있는 인생 후배들에게 삶이 꾸준히 유쾌할 수 있는 단단한 태도와 자기만의 속도를 찾아가는 우직함을 전할 수 있길 바란다.